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고 안다고 우기는 사람만큼 대하기 힘든 사람이 없다. 각종 거짓 정보, 가짜 뉴스, 일상적인 지식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특히 “건강”과 관련된 정보에 있어서 자신이 뭘 잘 모를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공중 보건상의 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
최근 듀크대의 심리학자 릭 호일 연구팀에 의하면 팬데믹 기간 중, 자신이 무엇을 잘 모를 가능성을 인정하는 태도인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문가들의 권고를 더 잘 경청하고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비율 또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는 이들이 안전 수칙을 잘 지키는 이유에 대한 응답을 분석한 결과,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것보다 타인을 보호하고 병이 퍼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성격 특성 중 원만성이 높고 이기적인 측면이 낮으며, 평등과 친절, 관대함 같은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실 확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의 견해와 같은 견해 못지 않게 다른 견해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자신이 틀렸을 때 그 사실에 대해 속상해하고 자존심 상해하기보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더 크게 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지적 겸손이 모두가 인터넷 서치 몇 번으로 방구석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제일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팬데믹 양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전문가들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 점이나 제법 빨리 백신이 개발된 것 등을 고려하면 인류는 분명 과거에 비해 많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전문가들의 권고를 귀담아 듣지 않으면 공중보건에 언제든지 쉽게 구멍이 날 수 있음을 우리는 비교적 최근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Leary, M.R., Diebels, K.J., Davisson, E.K., Jongman-Sereno, K.P., Isherwood, J.C., Raimi, K.T., … Hoyle, R.H. (2017). Cognitive and interpersonal features of intellectual humil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3(6), 793–813.
Jongman-Sereno, K. P., Hoyle, R. H., Davisson, E. K., & Park, J. (2023). Intellectual humility and responsiveness to public health recommendation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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